1월 5일, 드디어 우리 가족들이 하노이에 모두 모였다. 이번에는 여행 차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근무지를 베트남으로 옮긴 지 2년 3개월 만에 드디어 우리가 함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내와 나는 작년 하반기부터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왔다. 여기서 ‘함께 사는 것’의 전제는 한국이 아니라 내가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에서였다. 이건 단순히 사는 장소를 옮기는 이사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기반이 바뀌는 큰 결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생각할 것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아내에게는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그때는 분기점으로 우리는 함께 살며 아내는 또다른 시간을 보내보자고 결정했다. 17년 가까이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것은 물론, 40년 가까이 살아온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결정의 무게 아내에게 부담이었을 수 있지만 그녀를 어쩐 일인지 2025년 1월이라고 날짜를 찍어 버렸다. 그렇게 약속의 2025년을 준비했다.
아이들의 학교, 새로운 집 등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회사는 과감하게 우리 가족을 지원해 주었다. 물론 아직 학비 등에 대한 지원을 해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금 만큼의 지원을 약속해준 것만해도 우리에게는 든든했다.
약 2주간 하노이에서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그동안 내가 이곳에서 혼자 보낸 2년의 시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집과 회사의 구분 없이 일만 하던 내 생활에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신기하게도 회사에서의 내 집중력이 더 높아진 것 같다.
가족들과 내가 알고 있던 곳과 나도 모르던 새로운 곳을 함께 방문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것으로 남지 않고 일을 하는데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아침과 저녁을 같이 차리고, 각자가 각자의 생활 반경 안에서 알게된 새로운 사실을 공유하는 일들은 지금 우리 가족이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고 지원을 해준 내 주변의 많은 것에 감사한다. 이미 2025년은 나에게 뜻깊은 해가 되고 있다.